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펀카(fun car)를 타보셨나요?
    달려달려 2019. 12. 24. 09:00

    드라이빙 이모션, 운전의 재미! 펀카에 빠지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라 버스 대신 자전거를 타고, 원동기 자격증을 따 오토바이를 타고, 20살이 되자마자 운전면허증을 따서 아버지의 차 운전비서를 자처했습니다. 운전이 너무 재밌었고 차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었죠.

    사실 이때까지는 이동의 편리함과 나만의 공간이라는 게 매력이 컸습니다.

    군대에서는 아반떼 XD수동을 배정받아 장거리 운전병을 1년 정도 하고 상병 때 부사령관 운전병으로 로체 1.8을 몰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운전이란 탑승자의 편안함, 부드러움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지요.

    미니쿠퍼 쿠페 JCW를 만나다.

    회사에 취직하여 하루하루를 반복하던 20대 후반, 회사의 법인차가 만기가 되면서 법인차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새로 카니발을 구입한다고 했으나 출시 시기가 늦어지면서 애매하게 텀이 생기게 된 거죠.

    그러던 중 대표님께서 개인차로 타던 미니 쿠퍼 쿠페 jcw를 선뜻 회사차로 사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처음 타보는 외제차는 아니었지만, 이 jcw로 인해 운전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지는 계기가 되고 펀카를 경험하게 됩니다.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일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서 한 번이라도 더 타려고 애썼고, 심지어 카 쉐어링을 통해 미니 쿠퍼를 가끔씩 즐길 만큼 미니 쿠퍼라는 차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미니쿠퍼와는 다르게 쿠페jcw의 강렬한 배기음, 묵직한 핸들, 단단한 서스펜션의 느낌은 너무 새로운 느낌이었고, 쥐똥만 한 차가 뭐 이리 탱크 같고 깡패 같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미친 듯이 빠르진 않았지만 작고 낮은 차체에서 나오는 묵직한 핸들링은 거의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싶게 만들었고, 게임을 하는듯한 착각에 카트라이더라도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차가 너무 갖고 싶다. 과연 jcw를 탈 수 있을지 상상을 해봤습니다. 그리곤 jcw의 차 가격을 알아보았지만 차 가격은 차 크기와는 정말 달랐고, 심지어 미니 쿠퍼도 현실적으론 제가 탈 차가 아니었던 거였지요.

    현실에 현타.

    나를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침 지인이 차를 안 쓴다며 저를 위로를 해주고 싶었는지 공짜로 마티즈 2를 선뜻 주었고, 포르쉐를 닮은 눈망울에 한동안 타게 되었습니다.

    실상은 언제 부서질지 모를 나약한 미니 개구리였지요. 결국 렉카에 몇 번씩 끌려다니다가 올뉴마티즈로 기변하고 한숨을 쉬게 됩니다.

    올뉴마티즈는 마티즈 2를 타서 그런지 만족스러웠습니다. 경차 2대를 타면서 펀카는 잊혀지고 없었지요.

    그러던 중 저는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와이프가 되면서 차를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그때 다시 잊고 지냈던 펀카를 각성하게 되고, 매일매일 인터넷을 구석구석 뒤적거렸고, 현실 가능한 미니쿠퍼같은 펀카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찾아 내린 결론이 해치백, 단단한 차체 강성, 국산차였습니다.

    아베오RS? 대부분 스파크로 보는 차.

    그런 차는 i30, 크루즈 5 도어, 프라이드 등이 리스트에 있었지만  그중에서 매니아들만 찾는 차가 있었습니다. 그게 아베오 RS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단종되어 시승을 커녕 도로에서 보기도 힘든 차였습니다.

    없는 리뷰로 시승을 대신해야 했고, 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전국에 매물도 몇 대 없어 마음에 드는 아베오 RS가 나올 때까지 또 몇 달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잠복근무를 하던 중 아베오 RS의 마지막 연식 16년식 아베오RS 8천 킬로 탄 싱싱한 녀석을 데려올 수 있었는데요.

    무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서 가져옵니다. 이미 살 생각을 하고 내려갔으니 시승해봐도 그저 좋기만 했지요. 

    차를 타면서 미니쿠퍼같은 느낌은 잘 느끼긴 힘들었습니다. 차체가 높은 느낌이었지요.

    미니쿠퍼의 느낌을 만들고자 조금씩 바꿔 나갔습니다. 스포츠 입문 타이어 RE003으로도 바꿔보고, 해외 GM에서 순정으로 판매하는 퍼포먼스 서스펜션을 직구로 구매해 바꿔보고, GM 쉐보레 차를 가장 잘 본다는 사토 개러지를 지인에게 소개받아서 튜닝이라는 것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만족할만한 차가 될 때까지 산전수전 겪다 보니 정도 엄청 들어버렸습니다.

    지금은 올뉴크루즈를 타고 있지만, 아직도 떠나보낸 아베오RS를 가지고 오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펀카라는 게 성능에 비례하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정을 쏟아붓고 아끼는지에 따라 애정이 생겨 그런 차가 나만의 펀카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금은 아빠 차로 변하고 있지만 언젠간 다시 아베오 RS처럼 열정적인 펀카를 또 하나쯤 만들어서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댓글

Designed by Tistory.